[입법예고]금융정보, 통계 목적 제공 허용 추진…'민감정보' 유출 우려도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정부 통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기관의 거래정보를 통계청에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자산 불평등 심화에 대응하려면 통계청이 보다 정교한 금융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황운하 의원(조국혁신당)은 2025년 4월 29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 10229)을 공동 대표발의했다.

■ 금융정보 국가통계 작성을 위한 활용 허용

현행 금융실명법은 금융회사 등 종사자가 금융거래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과세 자료 제공 등 일부 법령상 예외를 제외하면 금융정보는 철저히 비밀로 유지돼 왔다.

하지만 통계청은 국세청 등으로부터 받은 행정자료를 토대로 국가통계를 작성하면서도 금융정보에 직접 접근할 수 없어 자산 격차 등 국민 경제에 대한 통계적 분석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특히 통계청이 [통계법]에 따라 통계 작성 목적의 자료 제공을 요청하더라도 금융실명법의 비밀보장 조항으로 인해 금융기관이 응할 수 없는 구조다. 이로 인해 정밀한 통계 수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실질적 자산 양극화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 문 의원과 황 의원의 지적이다.

■ 개정안, '금융정보' 통계청에 한해  '예외 제공' 가능하도록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제도적 충돌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제4조(금융거래의 비밀보장)제4항 단서에 제3호를 신설했다. 신설된 조항은 '제1항제2호에 따라 거래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가통계 작성을 위해 통계청장이 대상과 범위를 명시해 요청한 경우' 해당 거래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예외를 규정했다.

즉, 금융기관이 보유한 거래정보라도 통계청이 법령에 따라 명확한 목적과 범위를 설정해 요청하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자료 제공이 허용되는 것이다. 기존에 외국 금융감독기관이나 거래소에 대한 정보제공이 가능했던 조항의 형식에 통계청을 추가한 구조다.

■ 현행 예외 조항…법원 명령·세무조사·국정조사 등 정보 제공 가능

금융정보는 원칙적으로 외부 제공이 금지돼 있지만, 현행 법률 제4조(금융거래의 비밀보장)에서는 예외적으로 금융기관이 개인의 거래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단서조항 형태로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와 공공기관의 감독 기능을 균형 있게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법원의 제출명령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따라 거래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조세 목적의 정보 제공도 가능하다. 국세청 등 과세당국은 ▲체납자의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의 거래내역까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조세탈루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거래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를 수행하는 국회 역시 해당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금융감독원장 또는 예금보험공사 사장 명의로 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 이밖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이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이나 검사를 수행할 경우에도 거래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외국의 금융감독기관과의 업무 협조, 예금자보호법상 예금자표 작성, 예금보험 업무 수행을 위한 정보 제공도 예외에 포함된다.

■ 통계 정확성 향상 기대…정보 유출 우려도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통계청은 자산·금융소득 등 국민의 경제적 지위를 반영하는 데이터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정책 설계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금융정보는 고도의 개인정보인 만큼, 제공 범위가 넓어질 경우 사생활 침해나 정보 유출 우려는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SKT 해킹 사건 등으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민감한 금융정보를 행정기관에 제공하는 것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낮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철저히 비밀로 보호돼 왔던 금융정보를 ‘통계 활용’이라는 이유로 예외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점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정보 보호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으면 정보 유출 위험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완 입법과 신뢰 확보가 함께 우선적으로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