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지능인'에 대한 권리 보장과 맞춤형 교육, 자립 지원을 골자로 하는 제정 법률안들이 22대 국회에서 연이어 발의됐다. 경계선지능인은 지적장애 기준(IQ 70 이하)에 해당하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회적 약자다.
국회 입법예고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으로 총 8건의 제정안이 제출됐고 유사 취지의 법안들이다. 이들 법안은 모두 경계선지능인을 독립적인 법률상의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교육·자립생활·고용 등 생애주기별 체계적 지원을 담고 있다. 관련 법안 발의로 경계선지능인 본인은 물론, 가족들 역시 제도적 소외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제21대 국회의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제정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 22대 국회, 관련 법안 8건 발의…초당적 관심 보이지만
2025년 6월 13일 서미화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계선지능인 자립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2210829)을 포함해, 22대 국회에서는 총 8건의 관련 법률안이 발의됐다. 강선우·서영석·김희정·안상훈·권칠승·허영·조승환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입법에 나선 상황이다.
각 법안은 경계선지능인을 법적 보호 대상으로 인정하고 맞춤형 교육지원과 자립생활 지원, 직업훈련, 복지서비스 연계, 권리보호 등의 조항을 통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일부 법안은 교육 지원, 주거 지원, 권리옹호인 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입법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21대 국회에서도 유사 제정안이 두 차례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사됐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 보건복지위 검토보고서, 타당성 인정하면서도 예산·시행계획 보완 요구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관련법 제정을 놓고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진통 요소들이 드러나고 있다.
2024년 10월 11일 김희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계선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2204666)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검토보고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검토보고서는 제정의 타당성은 인정하면서도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 부재 ▲기초조사 및 통계 기반 미흡 ▲예산 추계와 재정 확보방안 부족 등을 문제로 꼽았다.
또한 기존 장애 판정 체계와 별도로 법적 지위를 신설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 검토보고서 "맞춤형 교육 제공 어려워" 기존 특수교육 체계 활용 제안
특히 검토보고서는 기존 법률 체계를 중심으로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교육지원을 추진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의원의 제정안은 경계선지능학생의 나이·학습 능력·교육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 및 방과 후 활동 지원을 명시하고, 예산 지원 근거도 마련하고 있다.
이에 검토보고서는 "경계선지능인은 전 국민의 13.6%에 달할 수 있으며, 학생층 비율도 이에 준할 것으로 보여 맞춤형 교육을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신 검토보고서는 현행 [초·중등교육법]과 [기초학력 보장법]에 따라 이미 유사한 특화 교육이 운영되는 점을 거론하며, 경계선지능학생을 해당 법 체계 내로 편입시키는 방식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초·중등교육법]은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성격장애나 지적기능 저하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 대해 특별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기초학력 보장법]도 학력진단 결과에 따라 학습지원 대상 학생을 선정해 특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토보고서는 "별도의 맞춤형 교육 법령을 신설하기보다는, 경계선지능학생이 기존 특수교육 및 학력보장 제도 내에서 포괄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률에 명시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 주무부처 복지부 "다양한 요인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 필요" 신중론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장 법률로 제정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복지부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생애주기별 지원을 통해 사회참여 촉진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법안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경계선지능인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계선지능인을 법률상 지원 대상으로 고정하는 방안에 대해선 "복지 사각지대 해소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선 다양한 요인으로 학습과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재차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경계선지능인을 독립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정책 추진을 위해선 지원 대상 선정 기준, 전달체계 수립, 서비스 수요 조사, 사회적 합의 등이 필요하다"면서 21대 국회에서 일부 장애인 단체가 반대 입장을 낸 점도 고려 사항으로 제시했다.
정부 부처가 법제화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어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는 달리 국회 내 초당적 관심이 높은 만큼 조율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 서울시 등 전국 19곳, 지방정부가 앞장서 제도화 선도
한편으론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아직 국가 단위에서는 미비한 가운데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선제적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4개 광역지방자치단체(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강원특별자치도, 충청북도)와 15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강릉시, 전주시, 서울 강북구·노원구 등)에서 경계선지능인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 2022년 전국 최초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와 중장기 종합계획(2023~2025년)을 수립해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4년 해당 예산은 24억 5천만 원에 달한다.
이러한 지방정부의 적극적 대응은 경계선지능인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모델로 꼽힌다.
■ 국회 통과 가능성은?…정부의 유보적 입장과 예산 부담 등 관건
현재 복수의 제정안이 제출된 만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이들 법안을 병합 심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명칭 통일, 권리보장 범위, 정책 대상의 정의 등에 대한 조율이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 부처의 유보적 태도, 상당한 재정 부담, 기존 제도와의 중복 또는 충돌 가능성 등은 여전히 법제화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이번 22대 국회가 '경계선지능인'의 법적 공백을 채울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ograpstory@kakao.com
2025.06.20 - [입법예고] - [입법예고]'경계선지능인' 생애주기별 지원 제정법 추진
[입법예고]'경계선지능인' 생애주기별 지원 제정법 추진
지능지수(IQ) 71~84 수준의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맞춤형 복지 지원 법제가 추진된다. 기존의 장애인복지제도에서 배제됐던 이들을 독립적인 법률로 규정하고 교육과 일상생활 자립, 고용안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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