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다음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오가지만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줄곧 여론조사에서 앞서 온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추측만이 있을 뿐이다.
필자는 그간 입법부에서 이뤄지는 생활 밀착형 제도 변화와 입법 내용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노력해 왔다.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안은 가급적 거리를 두었지만 지금 이 시점만큼은 예외로 하고자 한다.
'12·3 계엄사태' 이후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이 다시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을 단순한 정권 교체의 계기가 아닌 국가 시스템을 바로 세울 전환점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 앞에는 복합적 위기가 산적해 있다. 경제는 위축되고, 사회는 분열됐으며, 정치는 신뢰를 잃었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의 해결보다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헌법 질서의 회복, 그중에서도 '삼권분립 원칙'의 확고한 재정립이다.
삼권분립은 입법(국회)·행정(정부)·사법(법원)의 권력을 분산시켜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게 하는 헌법적 장치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의 골간이자, 국가가 독재로 흐르지 않도록 막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다.
'12·3 계엄 사태'는 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대통령이 군과 경찰을 동원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국회는 심야 본회의에서 이를 해제 의결했고, 사법부는 현직 대통령에게 법의 이름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극심한 혼란 속에서도 국가는 헌법이 마련한 절차를 따라 위기를 정리해 냈다. 바로 '삼권분립의 힘'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가 시스템의 한 축인 사법부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는 점입가경이다. 과거에는 검찰 개혁이 선거의 주요 이슈였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각 정파의 유불리에 따라 사법부 전체가 비판과 불신의 중심에 놓여있다. 이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개혁 논의를 넘어, 헌정 질서 전반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위협이다.
사법부는 정치적 이념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하며, 그 판단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요구하거나, 사법부를 권력의 시종처럼 길들이려는 시도를 서슴지 않는다.
정작 정치권 스스로는 사법부를 불신하면서, 자신들에게는 국민의 신뢰와 표를 달라고 요구한다. 마치 정치가 공정하고 정의롭고 자애로운 것처럼 자평하지만, 그동안 정치가 사법부를 넘어설 만큼 국민적 신망를 얻어왔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세력 간 대립 구도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대선 결과가 또 다른 갈등과 파국의 시작점이 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크다. 사법부에 대한 정치권의 불신 속에서 양 진영의 대결 구도는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혼란과 피해가 결국 '침묵하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은 비극적이다.
정치가 사법부를 장악하려 할 때 국가는 필연적으로 혼란에 빠진다. 우리는 이미 과거 독재 정권 시절, 정치 재판과 판결 왜곡이 초래한 사회적 비극을 뼈아프게 경험한 바 있다.
폴란드의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 2015년 집권한 '법과정의당(PiS)'은 사법부 인사권을 장악하고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통제하려 했다. 유럽연합(EU)은 '법치주의 훼손'이라며 강력히 비판했고, 구조기금 지급을 중단했다. 그 결과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붕괴됐고, 정치적 분열은 더욱 심화됐다.
이는 사법 독립이 무너지면 법치주의 붕괴와 국가 질서의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대한민국도 예외일 수 없다.
차기 대통령에게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누가 당선되든 '삼권분립 시스템'의 복원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 헌법이 보장한 입법·사법·행정의 독립성은 국민과 국가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이 보루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은 국가 시스템의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정치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사법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법의 판단'.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조건이다. 물론 사법부도 이념화에 경도되지 않도록 스스로의 균형을 유지하고 자정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차기 대통령이 헌법 원칙을 굳건히 지키고,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다시 안정된 궤도로 이끌어주길 바란다.
혼란을 극복하는 길은 오직 헌법에 충실한 시스템의 작동뿐이다.
지금이야말로, 그 시스템을 복원하고 끝까지 지켜내야 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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