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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생각

[비주류생각]사고조사는 '불편한 진실'과 맞짱 뜰 수 있어야

by 오냥꼬퐁 2025.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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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안타깝게 목숨을 잃게 된 다양한 사건의 사고조사는 단순히 원인을 밝히는 기술적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국가 정책의 오류와 마주하게 되고, 잘못 설계된 행정구조와 결합된 인재(人災)로 귀결되기도 한다.

 

사고조사는 행정적·기계적 결함을 넘어서 권력과 권한, 책임의 고리를 거슬러 올라가 '진실'을 찾아야 하는 복잡하고 고난도의 작업이다. 조사의 결말은 단지 기술적 분석을 넘어서 제도와 사람, 정책, 정부까지도 얽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사고조사는 때론 더 깊고, 더 불편하며, 더 위험한 진실을 다루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지탱하는 단 하나의 기준은 바로 '조직의 독립성'과 '조사자의 공정성'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가 여전히 국토교통부 소속으로 운영되는 구조는 이해충돌의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정책과 조직을, 그 정책을 주관한 부서가 직접 조사한다는 것은 형식적으로야 가능한 일일지 몰라도, 실질적 공정성과 신뢰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최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를 조사할 위원회에 국토부 전·현직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셀프 조사'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위원장이 사퇴하는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물론 '공무원도 공정하게 일할 수 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고조사는 단지 개인의 태도나 소신에 의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외부 압력으로부터 고립된 조직 구조 속에서만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직시할 수 있다. 그 점에서 미국의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일본의 운수안전위원회(JTSB)는 우리가 참고해야 할 사례다.

이들 기관은 조사 대상과 정책 부처로부터 조직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인사·예산·운영 전반에서 실질적인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다.

 

제도는 신뢰에서 비롯된다. 현재의 구조 속에서는 아무리 정밀하고 과학적인 조사보고서를 내놓는다 해도, 국민의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사고조사 결과가 정쟁의 도구로 소비되고, 유족들이 책임 규명을 위한 또 다른 싸움에 나서야 하는 구조라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고조사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 앞에 설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제도와 절차를 지키는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독립성과 공정성이 결합된 구조가 갖춰져야만 '불편한 진실'을 직시할 수 있고, 국민도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

조사기관은 어떤 외부 영향도 받지 않고, 책임의 고리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

신뢰를 부여받은 제도는 의심받지 않아야 하며, 국가의 조사 시스템은 그 자체로 공정함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가가 국민 앞에 보여야 할 최소한의 태도이자 책임이다.

 

 

[해외사례]한국과 다른 '미국·일본', 항공사고조사위원회 어떻길래?

항공·철도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사고조사기관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국토교통부 소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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